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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목사보다 더 희귀한 여성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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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7-31 10:16 조회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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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목사보다 더 희귀한 여성 장로


순종적인 조력자를 넘어, 당당한 하나님의 동역자로

 

교회개혁실천연대가 개최한 2025 연속 기획 포럼 '혼란한 시대 속 그리스도인의 주체적 신앙' 발표자들의 발표문을 요약해 총 9회에 걸쳐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발표 전문 및 자세한 내용은 교회개혁실천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지난 탄핵 정국 빛의 광장에 대해 "2030 여성들이 많이 나왔다"는 말이 있었지만, 여성들은 "늘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라고 답했다. 교회는 어떤가? 신자 중 65% 이상이 여성이고,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교회는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어머니, 아내, 딸, 며느리로만 호명되고 있다.

숫자로 드러난 여성의 소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전체 장로 중 여성 장로는 6.48%, 여성 목사는 13.29%에 불과하다. 영등포노회 내 여성 장로 비율은 이보다 더 낮아 5.3%에 그치며, 총회 여성 총대 비율은 2.8%로 심각하게 낮은 상황이다. 이는 교회 구성원 중 65% 이상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결정 구조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여성 장로가 줄어드는 이유는 과거 부부 장로가 허용되던 대형 교회들에서 여성 장로들이 대거 은퇴하고, 이후 부부 장로제를 금지하는 교회 규칙이 도입되면서 여성 장로 배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 목사의 총회 참여율은 여성 장로보다도 낮은데, 이는 여성 목사 대부분이 미자립 또는 소형 교회 담임목사이기 때문이다.

'보조'에서 '주체'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여성은 교회에서 어머니, 아내, 며느리, 딸로만 호명되고, 그 역할 또한 주로 봉사와 돌봄에 국한되어 왔다. 여성의 헌신 없이는 교회가 유지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교회 직분의 계층화와 고정된 성별 역할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남성은 안수집사로, 여성은 권사로 나뉘며, 남성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만 여성은 주방이나 행사 준비 등의 주변적 역할에 머무른다.

또한 예배나 설교에서 여성은 '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로 언급되며, 기도나 리더십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성에 대한 고정된 종교적 이미지가 반복 재생산되며, 설교자들의 젠더 감수성 부족으로 인해 갱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실제로 교회 내 성차별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교회 안에 성차별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을 보면 많은 수의 교회 여성들이 차별적 요소를 잘 실감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불평등한 교회 구조와 제도가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30~39세 여성의 60.5%가 교회 내 성차별을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세대별 감수성의 차이뿐 아니라 앞으로 교회 이탈 현상이 젊은 여성층에서 두드러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회의 고령화와 쇠퇴를 가속시킬할 수 있다. 또한 30~40대는 가족 중심의 경향이 있어서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면 남편과 자녀도 이탈하게 될 것이다. 

권사 제도의 문제와 여성 안수의 의의
이를 위해 '권사 제도'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자 한다. 이 제도는 감리교에서 목회자 부족 시 평신도를 설교자로 훈련시키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장로교에서는 1955년 여성 안수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되었다. 권사 제도는 성경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허드렛일과 보조적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다. 이제 여성 안수가 당연해진 만큼, 권사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여성 안수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교회 내 남성 중심 권력 구조에 대한 저항이며,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동등하게 리더십을 감당할 수 있다는 신학적 선언이다. 예장통합에서조차 이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61년이 걸렸고, 아직도 여성 총대는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교회가 사회보다 훨씬 뒤처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으로서의 차별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평화는 단순히 폭력이 부재한 상태를 넘어, 갈등을 비폭력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교회 내 차별 구조를 문화적·구조적 폭력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직접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배제, 무시, 억압, 성차별, 혐오 등의 언행은 간접적이고 일상적인 폭력이며, 이러한 폭력은 제도와 담론, 관습 속에 스며 있다.

최근 기독교 하면 '사랑', '소망'보다는 '차별', '혐오'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교회 내에 폭력적 구조와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폭력을 줄여 나가기 위해 개인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폭력적 구조를 방치한 채로는 평화로운 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폭력이 개인의 일상적 삶에 어떻게 스며져 있는지 성찰하고 개인의 감수성을 높이는 동시에, 조직의 구조와 문화가 어떠한지, 제도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말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회 내 차별은 종종 언어를 통해 작동한다. "여성은 잠잠하라",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기꺼이 도와주는 권사님" 등의 말들은 성차별을 정당화하고, 여성 스스로 위축되게 만든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도 명절 금기어처럼, '차별어 목록'을 만들어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한 의사 결정 구조의 개선을 위한 대화 문화 형성, 강사 성비의 균형(남녀 50%), 여성 지도력 훈련 기회의 확대, 의사 결정 과정에 청년·여성의 참여 보장 등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기회를 '따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 그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연대와 실천의 중요성
변화는 개인의 감수성 변화에서 시작되지만, 제도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성 혼자만의 운동이 아니라, 남성·청년·목회자·평신도의 연대가 필요하다. 실제로 영등포노회에서는 여성 총대 파송을 위한 규칙 개정이 이뤄졌으며, 여성위원회를 조직하고 내부의 분위기와 문화를 바꾸는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여성 장로가 발언을 주저하거나, "목사님이 알아서 하실 거예요"라는 태도로 회의에서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성이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에 당당히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재 교회의 제도와 관례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가는 동역자로서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독 여성, 교회를 넘어서 사회까지
과거 한국의 기독 여성들이 사회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의 기독 여성들도 여성 문제뿐 아니라 평화, 인권, 정의의 문제에 응답해야 한다. 여성 안수와 대표성 확보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교회를 새롭게 하고 사회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외치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
교회의 변화는 시끄러운 질문, 불편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다. 이제 기독 여성은 순종적인 조력자를 넘어서, 당당한 하나님의 동역자로 설 때이다.

여혜숙 / 성문밖교회 장로, 기독여민회 회장

[출처: 뉴스앤조이 2025.07.29 ]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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