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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의 여성 인권 규범과 이슬람권 내 페미니즘의 흐름과 동향: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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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9-10 11:00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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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의 여성 인권 규범과 이슬람권 내 페미니즘의 흐름과 동향: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사례를 중심으로

 

구기연

 

I. 9·11테러와 ‘억압받는 이슬람 여성’ 이미지의 재생산 

 

2001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은 곧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함 싸움’이 라고 강조했던 미군이 정확히 20년 만인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를 선언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탈레반은 바로 카불을 점 령하였고, 놀라온 속도로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은 뒤집혔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모습은 참혹했고, 탈레반 점령 소식과 더불어 국제 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실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부르카로 상징되는 억압적인 탈레반 정권과 아프가니스탄의 상처는 20년 만에 다시 드러나게 되었다.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빌딩 테러 사건과 연이은 미 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가 알려지게 된다. 당시 탈레반 정권의 ‘극이슬람주의’ 체제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이슬람이라는 종 교는 다시금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9·11테러는 국제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동시에 무슬림=테러리스트,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 쟁을 통해 부르카를 쓴 무슬림 여성은 거대한 상징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만행과 싸우는 것은 특정 문화의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대륙의 선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약속인 우리의 공동 인류의 수용입 니다. 최근 우리 군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적 개입으로, 여성들은 더 이상 자 신들의 집에 갇혀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음악을 듣고, 딸 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를 통치하는 것을 도왔던 테러리스트들은 현재 많은 국가에서 음모를 꾸미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테러와의 싸움은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1(2001년, 미국 영부인 로라 부시, 볼드체 저자 강조) 

 

2001년 ‘항구적 자유(Operation Enduring Freedom)’라는 이름의 작전하에 미·영 연합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다(엄익란, 2021: 88).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01년 11월 16 일 영부인 로라 부시(Laura Bush)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여  유린을 규탄하였고 “여성에 대한 심각한 억압과 잔혹 행위는 올바른 종교적 행동이 아니다”, “최근의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더는 죄수처럼 갇혀있지 않아도 되며, 처벌의 두려움 없이 음악을 듣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라며 자신들의 테러리즘에 맞서는 전쟁은 곧 여성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임을 강조하였다. 

 

뒤이어 『타임』지는 “Lifting the Veil”이라는 제목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에 대한 억압을 다룬 특집호를 발행하였다(Berry, 2003: 137). 9·11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불쌍한 무슬림 여성 구 출하기’라는 미명하에 사회적·국제적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둘러싸고 미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많 은 논쟁이 있었다. 미국 인류학자 아부 루고드(Leila Abu Lughod)는 그녀의 책 Do Muslim Women Really Need Saving?(2013)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아프간 여성의 해방이나 구조라는 명분만을 내세운다며 비판한 바 있다. 아부 루고드는 부르카를 입은 무슬림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그들의 베일을 벗기는 것 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고 사안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11, 아프가니스탄 전쟁, IS의 등장으로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 ‘야만적인’, ‘비문명적인’ 등의 다양한 재현과 타자화의 대상이 되었다. 무슬림 여성들의 히 잡에 대한 다층적인 종교적·문화적 결들에 대한 이해는 사라지고, 히잡은 무슬 림들의 전근대성을 대표하고 여성들을 억압하는 상징적 이미지로만 남게 되었 다. 특히 이슬람과 무슬림 여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종교와 그들에 대한 선 입견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한국 사회에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 과 같은 무슬림 다수 국가에 대한 시각은 전적으로 이슬람 중심적이며, 하나의 틀로 수많은 다양한 이슬람 문화권 내 이슈들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특성은 그 무엇보다도 강조되면서, 이슬람 문 명권의 다른 나라들까지도 ‘무슬림 국가’라는 단순한 덩어리로 뭉쳐져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고, 얼굴 부분마저 촘촘한 망사로 되어 있는 ‘부르카(burqa)’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의 모습은 탈레반 정권의 여성에 대한 억압정책과 학대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 이었다. 또한 ‘부르카’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려졌다. 정작 그녀들이 고통을 받고 해방되어야 할 것은 교육 기회의 박탈과 이슬람법인 샤리아(Shari’a)의 불평등한 적용, 공적인 사회생활의 금지 등임에도 불구하고, 부르카를 벗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여겨졌다. 부르카를 쓰는 아 프간 여성에 대한 비이슬람권의 대상화 작업은 전 무슬림 여성의 베일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되었다.

 

무슬림 여성들을 이슬람의 후진적인 관습에 종속된 대상으로 타자화하였고, 나아가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인식들은 이슬람 혐오의 근거가 되었다. 이슬람에서 젠더(gender)의 문제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주목을 받아 왔고, 다양한 담론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특히 무슬림(Muslim) 여성에 대한 의견들은 시각에 따라 서로 경합하고 충돌하는 현상을 보여 왔다. 이슬람 세계 내에서도 세속적 페미니즘, 이슬람 페미니즘 그리고 보수적인 근본주의 이슬람의 시각 등 을 통해 이슬람과 여성의 관계는 다양한 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이슬람 체계의 ‘전통적인 무슬림 여성상’과 시대적 흐 름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의 지위와 평등에 대한 요구가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서구 중심의 무슬림 여성에 대한 해석들은 이슬람을 ‘도태된 종교’로 몰아 버리며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쌓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6년 11월 이슬람 협력기구(OIC) 회원국은 ‘이스탄불 선언’을 통해 무슬림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OIC 국가는 무슬림 여성들을 위해 사회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을 마련하고 보장해 주어야 하며, 여성 자신의 신분과 조건 향상,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 복지 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2006년 이스탄불 1차 선언에 이어, 2008년 카이로 선언, 2010년 테헤란 선언, 2012년 자카르타 선언, 2014년 바쿠 선언에서 이르기까지 이슬람 협력기구들은 무슬림 여성들의 권익 향상과 인권 신장에 관한 일련의 약속들을 재확인하는 절차였다(이희수, 2021). 

 

이러한 이슬람 권 내 자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권의 이슈는 언제나 하나의 공통된 이 슈로 인식되기 때문에, 2021년 탈레반 등장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슈의 재조명 은 다시금 ‘억압받는 무슬림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슬림 여성들의 여성 인권 문제에 있어서, 일부 이슬람 사회는 국 제 사회의 기본적인 여성 인권 규범과 어떤 부분에서 배치되는가? 유독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 문제에 있어서 갈등적인 모습이 강조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이슬람권 내 페미니즘 논의들을 살펴보고,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이슬람적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여성차별철폐협약 (CEDAW)과 관련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사례를 비교 연구하여, 국제 사회의 여성 인권 규범과 각 지역에서의 함의를 살펴볼 것이다. 이란은 여성차별철 폐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6개국 중 하나이지만, 근대화 시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풀뿌리 여성운동의 역사를 지니며, 여성 문제는 사회 내에서 치열한 투쟁과 논 쟁의 장을 이루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1980년 여성차별철폐협약에 이미 가입 하였지만, 전쟁과 불안정한 정권하에서 페미니즘 운동은 지역에 뿌리 깊게 자 리잡지 못했고, 2021년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여성운동은 다시금 암흑기를 맡 고 있다. 

 

이 두 국가의 사례를 통해 국제 사회의 여성 인권 규범 조약의 가입 여 부를 통한 여성운동의 발전 양상뿐 아니라, 지역의 풀뿌리 여성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서의 여성 차별적인 요소들을 살펴보는 데에서 벗어나, 두 이슬람 국가 안에서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여성들 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아시아리뷰 제12권 제1호(통권 24호), 2022: 6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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