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불교, 비구니승단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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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5-09 10:04 조회2회 댓글0건본문
부탄불교, 비구니승단 탄생하다
티베트불교는 대승불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출가자인 비구니승단이 없다.
2600여 년 전, 붓다는 여성 출가자를 받아들여 비구니승단을 설립했지만, 오래 전 상좌불교권의 비구니승가는 소멸했다. 비구니는 비구승단(남성출가자)과 비구니승단 양쪽(이부승)으로부터 수계를 받아야 하는데, 비구니승단이 사라져버려 수계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도 상좌불교권에서 여성 출가자는 비구니가 아니라 매치(Mae-chi) 또는 다사실라마따(Dasasilamata) 등으로 불리며 ‘출가 수행녀’로 살아간다. 이들은 승단 내에서 출가자로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구보다 훨씬 낮은 사회적 지위로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
2007년 독일에서 세계 각국의 종단 대표와 불교여성 등 300여명이 모여서 달라이라마성하의 답변을 기다렸다. 결국 티베트불교 비구니승단의 설립에 대한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현실 적용은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여성출가자도 불교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겟쉐(박사학위와 유사함)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부탄에서 국제불교여성대회가 열렸고, 이 기간에 부탄불교 내 여성출가 수행자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국왕의 어머니와 왕비 등 왕실여성들은 여성출가수행자들의 교육과 복지 향상에 관심을 가지며 여성 수계를 지지했고, 국왕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부탄불교에서 처음으로, 144명의 출가 여성수행자들이 사미니(예비 비구니)수계를 받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서구의 현대식 대학교육을 받은 부탄국왕은 부탄 최대 불교종단의 수장에게 비구니수계를 요청하는 왕실 청원을 올렸고, 2022년 부탄비구니재단의 왕실 후원자인 왕대비 생일날에 역사적인 비구니 수계식이 열렸다. 티베트 불교권에서 144명이 한꺼번에 비구니가 되고 비구니승가가 부탄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 날은 하늘에 무지개가 둥글게 나타났으며, 비구니수계를 받은 한 스님은 울먹이면서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비구니가 된 이들은 비구와 동등하게 황금색 가사장삼을 입을 수 있고, 대법당에도 들어갈 수 있으며, 탁발(음식을 보시 받음)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했다.
불교페미니스트인 리타 그로스는 모든 존재의 평등과 해방을 강조하신 붓다의 가르침은 페미니즘과 다르지 않다며, 불교와 페미니즘의 만남은 “상서로운 만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달라이라마조차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못했던 티베트불교의 비구니승단 복원을,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한 나라의 국왕과 왕실 여성들의 의지로 완성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율이나 교단법이 아니라 권력자의 의지로 비구니승단이 복원될 수 있으며,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지난한 노력의 결과다.
*그림 자료 출처: 제18차 샤카디타세계대회(2023.06.24), “비구니께 부활을 위한 부탄의 노력”(비구니 빼마 데끼, 비구니 님겔 라모, 따시짱모의 발표 자료 중에서)
*참고글: 본 연구소 홈페이지 -> 연구소 소식 -> 연구원칼럼 82, “부탄불교, 비구니승단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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